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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도, 혼자여서 좋아라…외톨이 위한 자기계발서 바람

sukji74 2017. 1. 14. 18:57



혼자라도, 혼자여서 좋아라…외톨이 위한 자기계발서 바람

 

심리서적 판매비중 1년새 10배로
대부분이 ‘혼자’를 강조하는 책
사회적 관계나 경쟁보다는
혼자서도 잘 사는 법 가르쳐
복잡사회 피로·1인가구 증가 반영

 


“다른 사람 때문에 자기만의 시간을 빼앗는 일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한다.” (<인생 반 내려놓기>)

“소속된 집단이나 가까운 친구가 없으면 자신을 낙오자라 여기고, 관계에 필요 이상으로 힘쓴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관계에 휘둘리는 사람은 평생 다른 사람의 기준에 끌려다닐 뿐이다. 사람은 혼자일 때 성장하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

“남이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든 마음에 두지 않고 남이 나를 싫어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 한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없어.”(<미움받을 용기>)

자기계발서의 결이 달라지고 있다. 사회적 관계나 경쟁보다는 ‘고립의 자유’를 강조한다. 자기계발서의 변화는 삶의 중심을 타인에게서 자신으로 옮길 것을 강조하는 개인주의 심리학을 근거로 한다. 교보문고에서 조사해보니 인문학 중 심리관련 서적 판매 비중은 2014년 4.6%였던 것이 2015년엔 48.5%로 10배 넘게 늘었고 그 중 대부분은 ‘혼자’를 강조한 심리서들이었다. 교보문고 마케팅지원실 김현정씨는 “1위 <미움받을 용기>, 2위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없다>를 비롯해 몇몇 고전적인 심리개론 책을 제외하면, 판매부수 10위권 안에 든 심리 책은 대부분 타인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혼자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을 가르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베스트셀러였던 사이토 다카시의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여기, 저기, 그리고 사방에 혼자만의 작은 파티가 열리고 있다”고 말하는 <외톨이 선언>(애널리 루퍼스 지음)도 이러한 계열의 책에 속한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현직 판사가 집단주의 문화를 비판하는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복잡한 사회적 관계에 피로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혼자 있는 상태가 가장 충만하다며 적극적인 관계 정리를

독려하는 이들 책의 독자층을 넓힌 것은 1인 가구 증가라는 사회적 배경이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박사는

“네 가구중 한 가구가 1인가구인 시대에 사람들이 삶의 모든 문제를 혼자 선택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부담, 위기가 생겼을 때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심리적 안전벨트 풀림 등의 경험을 하면서 자존감과 

안정감의 근거를 대중적 심리서에서 찾는 경향”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에서 100만부 넘게 팔리며 개인주의 심리학의 시대를 알린 것은 아들러 심리학을 소개하는 <미움받을 용기>

지만 외국에선 이미 일찍부터 자기중심적 삶을 위한 철학적·사회학적 채비가 있었다. 2000년 일본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가 쓴 철학대중서 <인생 반 내려놓기>는 “사회적 화합이란 것은 개인에겐 폭력”이라며 ‘자기중심적인 삶’을 권했다. 

하지현 박사는 “한국은 아직 심리학의 주도로 외로움의 문제에 매달려 있지만 일본에선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나 <혼자만의 생업 만들기>같은 책이 나오는 데서 볼 수 있듯 조직이나 가족에 복속하지 않고도

자존감을 유지하고 독립적으로 사는 방법을 다양한 영역에서 모색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조만간 이러한 삶의

방식을 묻는 책들이 다수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원근 출판평론가도 “심리서의 외양을 띤 자기계발서만으론 외로움을 극복하긴 어렵기 때문에 혼자의 삶을 다루는 책의 영역도 더 광범위하게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박태근 엠디(MD)는 “혼자 살아도 고립되긴 싫어하는 개인들을 위해 심리학과 자기계발서 위주의 책들은 사회과학 영역으로 넓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 출처 : 한겨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