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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와 메모광 : 책과 메모를 둘러싼 옛사람들의 이야기!

sukji74 2017. 1. 14. 18:50



 

 

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문학동네, 2015 

 

 

 




책소개

 

책과 메모를 둘러싼 옛사람들의 이야기!

『책벌레와 메모광』은 제목 그대로 책에 미친 책벌레들과 기록에 홀린 메모광들의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은 책이다.

삶에서 책을 빼면 남는 것이 없고, 종이가 없으면 감잎에라도 스쳐가는 생각을 붙잡아두었던 옛사람들. 그들에게

독서와 메모는 세속적인 행위가 아닌 일상이자 삶이었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저 1부에는 옛 책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를 묶었다. 돈을 받고 남 대신 책을 베껴 써주는 일을 ‘용서’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까지도 용서로 생계를 꾸린 선비들이 적지 않았다. ‘조선 제일의 책벌레’였던

이덕무도 용서인이었던 듯 그의 편지에는 책을 베껴 쓰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2부에는 일기, 편지, 비망록, 책의 여백에 써놓은 단상 등 옛사람들의 기록과 관련된 이야기를 모았다. 연암 박지원의

경우 〈대용록〉이라는 빚장부도 남겼는데, 여기에는 남한테 외상으로 산 놋그릇, 심지어 요강 값까지도 상세히

적어놓았다. 하지만 후일에 쓸모없어졌다며 모조리 세초해버렸다는 이야기는 자못 아쉬움을 불러일으킨다.

이외에도 책에 실린 글 한 편 한 편이 모두 옛사람들의 독서문화와 기록문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책벌레나 메모광

선인들의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비단 재미만이 아니다.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던 책벌레들의 이야기와

숨쉬듯 읽고 밥 먹듯 메모하며 생각의 길을 내던 메모광들의 사연은 그 자체로 삶의 지혜요 든든한 문화적 유산이다.

 

출판사 서평

 

책을 향한 사랑, 기록에 대한 열정

삶에서 책을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고
종이가 없으면 감잎에라도 스쳐가는 생각을 붙잡아둔
책에 미치고 메모에 사로잡힌 옛사람들 이야기


이 책은 책과 메모를 둘러싼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책에 미친 책벌레들과 기록에 홀린 메모광들이

주인공이다. 이 책은 저자가 그들과 나눈 대화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을 책벌레와 메모광으로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책과 메모는 도대체 무슨 마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이런 질문들에 옛사람들이 들려주는 대답과도 같다. 인문학 열풍 속에서 책과 책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고전 읽기와 글쓰기를 권하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그러나 그

속에서 독서와 기록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 옛 선비들은 세속의 부박한 목적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지 않았다. 그들에게 독서와 메모는 일상이자 삶이었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담았다.

고서를 통해 본 책벌레의 문화사

장마철을 지나는 동안 꿉꿉한 방안에서 습기를 잔뜩 머금어 곰팡이가 피거나, 그 틈에 책벌레가 책 속에 복잡한

미로를 내면 책이 아예 못쓰게 된다. 다락방에 쌓아둔 책에는 쥐가 똥오줌을 싸놓기도 해서 냄새마저 고약하다.

이럴 때 시원한 선들바람에 책을 꺼내 마루와 마당 가득 펼치면 얼마 안 있어 바람결에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챙챙

댄다. 쇄서는 보통 초가을의 문턱인 칠석七夕에 했다. 이렇게 책갈피 사이에 시원한 바람을 한차례 불어넣어주고

나면 눅눅하다 못해 끈적대던 한지가 파닥파닥 되살아나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 신명이 절로 붙었다. _33쪽

1부에는 옛 책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를 묶었다. 먼저 장서인을 다룬 글이 눈에 띈다. 한국과 중국과 일본의

장서인 찍는 태도가 사뭇 달랐다. 한국의 옛 책은 장서인이 지워진 경우가 많다. 혹시라도 책에 남은 장서인이 훗날

가문에 누가 될까봐 살림이 궁해 책을 내다 팔 때면 책을 훼손하면서까지 장서인의 흔적을 지웠다. 조상의 책을 잘

간수하지 못하고 팔아먹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였다. 일본의 고서 가운데는 간혹 ‘소消’ 자 인장이 찍힌

책이 있다. 책을 입수하면 전 소유주의 장서인 위에 말소 도장을 찍고 그 옆에 새 주인인 자신의 장서인을 찍었던

것이다. 깔끔한 것이 일본인답지만 매몰찬 구석도 있다. 중국은 어떨까? 중국인들은 호방하게도 전 소유주들의

장서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손을 대지 않았다. 이 넓은 천하에 네 책 내 책이 어디 있냐는 듯이. 중국 고서에는

책의 유전流轉을 보여주는 장서인이 가득하다. 한자문화권 안에서도 책을 간수하는 태도는 나라마다 이렇듯 달랐다.
책벌레를 막기 위해 책장 사이에 끼워두었던 은행잎이나 운초芸草 이야기를 읽다보면 책을 사랑한 옛사람들의

그윽한 정취가 떠오른다. 100년도 더 된 책의 갈피에 압사당한 채 붙어 있던 모기 이야기는 「모기를 증오함憎蚊」

이란 시를 남긴 다산의 사례와 더불어 웃음을 자아낸다. 판각을 마친 뒤 몇 부만 인쇄하여 저자에게 교정용으로

제공한 홍인본紅印本, 파란색으로 인쇄한 재교용 남인본藍印本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빨갛고 파란 책들은 요즘도

수집가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레어템’이라고 한다. 쓸 때는 선명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오징어 먹물

이야기도 재미있다. 오징어 먹물은 주로 사기꾼들이 계약문서에 많이 썼다고 한다. 다산도 애용했는데 그가 오징어

먹물로 쓴 글씨가 일부 박락된 채 남아 있다.
돈을 받고 남 대신 책을 베껴 써주는 일을 ‘용서傭書’라고 한다. 이 일을 생계의 수단으로 삼았던 용서인들의 이야기는

애처롭다. 출판문화가 발달한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까지도 용서로 생계를 꾸린 선비들이 적지 않았다. 조선 제일의 책벌레 이덕무도 그중 한 명이었던 듯 그의 편지에는 책을 베껴 쓰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다산이

제자들에게 필수로 교육했다는 초서?書, 즉 베껴 쓰기에 대한 글과 책과 관련된 아홉 가지 활동이 이루어지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이덕무의 구서재九書齋 이야기에서는 옛사람들이 어떤 체계로 책을 읽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천재는 없다, 부지런한 기록자가 있을 뿐

책은 눈으로 볼 때와 손으로 쓸 때가 확연히 다르다. 손으로 또박또박 베껴 쓰면 또박또박 내 것이 된다. 눈으로

 

대충대충 스쳐 보는 것은 말달리며 하는 꽃구경일 뿐이다. 베껴 쓰면 쓰는 동안에 생각이 일어난다. 덮어놓고 베껴

쓰지 않고 베껴 쓸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먼저 저울질해야 하니 이 과정이 또 중요하다. 베껴 쓰기는 기억의 창고에

좀더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한 위력적인 방법이다. 또 베껴 쓴 증거물이 남아 끊임없이 그때의 시간으로 되돌아가게

해주는 각성 효과가 있다. 초서의 위력은 실로 막강하다. _109쪽

2부에는 옛사람의 기록과 관련된 이야기를 모았다. 일기, 편지, 비망록, 책의 여백에 써놓은 단상 같은 것들이다.

밭일을 하다가도 항아리 속에 넣어둔 감잎에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을 적어두었다는 중국 선비의 고사를 본떠

이덕무는 자신의 메모집에 『앙엽기?葉記』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도 「앙엽기」가

실려 있다. 그 바쁜 연행 길에서도 나비 날개만한 종이쪽에 파리 대가리만한 글자로 보고 들은 것을 정신없이

메모해둔 글이다. 박지원의 「앙엽기」는 당연히 이덕무의 『앙엽기』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연암은 종이가 넉넉지 않아서 글씨는 가능한 한 가장 작게 썼다. 연암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승두문자蠅頭文字’라는

것이다. 승두는 파리 대가리다. 가뜩이나 작은 공책이니 최대한 글씨 크기를 줄여야 종이도 아끼고 정보도 많이 채워

적을 수가 있었다. 크게 쓰면 기분이야 좋겠지만 돌아올 때 짐의 부피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공책의 크기는 어느 정도였을까? 손바닥에 펼쳐놓고 적을 수 있는 크기, 도보로 이동할 때는 소매 속에 넣고 다닐 수

있는 크기였을 것이다. 앞의 글에서 연암이 말한 나비 날개만한 종이가 그것이다. _160쪽

 

목차

 

서문 · 6

제1부 책벌레

책 주인이 바뀔 때의 표정 · 13
장서인을 찍는 태도 · 23
포쇄曝?하던 날의 풍경 · 30
책벌레 이야기, 두어와 맥망 · 35
고서 속의 은행잎과 운초 · 43
옛 책 속에서 죽은 모기 · 52
투인본, 채색 인쇄된 고서 · 58
빨간 책 이야기 · 66
오징어 먹물 · 75
자네 부친의 편지일세 · 82
용서인, 남 대신 책을 베껴주는 사람 · 92
초서법, 베껴 쓰기의 위력 · 101
책과 관련된 아홉 가지 활동 · 110

제2부 메모광

고서 속의 메모 · 123
책 속 메모와의 대화 · 131
책상 옆의 상자들 · 144
항아리에 담긴 감잎 · 150
말 잔등 위의 메모 · 156
냇물에 씻겨 사라진 아까운 책 · 161
다산의 책 속 메모 · 172
다산 필첩 퍼즐 맞추기 · 181
오동잎 이야기 · 192
오동잎은 그리움이다 · 200
출전을 메모하라 · 208
동시다발 독서법 · 212
재빨리 적는 질서법 · 219
사설, 구석에 숨어 있는 의미 · 226
비 오는 날의 책 수선 · 233
나의 취미 생활 · 239
천천히 오래, 그래서 멀리 · 246  

 

< 내용출처 : 교보문고 >